'신경 쓰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대상에 마음과 관심이 기울려지다'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불편한 마음 상태'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가 머릿속에 맴돌아서 현재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의미로 말이다. 이 외에도 '신경질 부리다(내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다' 같은 표현들이 있다. 언뜻 보면 '신경'이라는 단어는 '마음'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경이 뾰족해졌다가 몽글몽글해졌다가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사실 신경은 마음보다 몸과 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인간의 몸에는 자율신경계라는 놀라운 생존 시스템이 있다. 말 그대로 자율적/자동적으로 작동한다고 해서 자율신경계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호흡, 심장박동, 소화작용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신체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스트레스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적절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하지만 가끔 이 신경계가 오작동할 때가 있다. 실수로 커피를 쏟았을 뿐인데, 길이 막혀서 차가 밀릴 뿐인데,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쌓였을 뿐인데, 당장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죽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과하게 반응할 때가 있다. 이처럼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적절히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생활이 고통스러워진다. 매 순간 너무 긴장하게 되고, 사소한 위협을 크게 받아들이게 되고, 세상을 온통 불안하고 위험한 세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심해지면 불안, 우울, 트라우마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이를 예방하고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ory)'이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스티븐 포지스 박사는 우리 뇌 신경 중 10번째 미주신경이미주신경은 뇌의 신호를 내장 기관들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내장 기관들의 신호도 뇌에 전달한다고 말한다. 신경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알려주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신경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신경계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의도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
"배부르니까 빨리 소화시켜!"라고 직접 명령할 수는 없지만 자율신경계가 가끔 오작동하더라도 본래의 리듬을 되찾게 도와준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이론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몸은 스스로 고통에서 회복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우리가 그 사실을 인식하든 그러지 못하든 자연스럽게 회복의 과정을 밟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때 우리가 할 일은 신경계가 힘들어할 때, 평소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 자신의 신경계 상태를 알아차리고 조율하는 습관을 들이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호흡에 집중하기, 접촉하기, 일상의 빛나는 순간과 마주하기와 같은 연습을 통해서 말이다.